405 의료사고 피해자 권리구제 <소비자보호원> ok 2004-07-15 8848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쉬워져야 한다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까이 있어야 하는 용역(services)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가족 단위로 볼 때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이만큼 의료 서비스는 소비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소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소비자들에게 곱지 않은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은 의료사고를 입은 소비자 입장에서 법적 구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에 있어 소비자가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하 '의료인'이라 함)의 의료과오(medical malpractice)를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국가에서도 소비자의 이러한 어려움을 인식하고 지난 10여년간 의료사고 피해자의 효과적 구제를 위해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등 다양한 논의를 계속하여 왔다. 그동안 의료소비자보호 시책의 일환으로 미흡하나마 소비자보호법과 의료법에 의한 재판 외 분쟁해결 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이하 'ADR'이라 함)도 도입·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 입증부담을 완화하고 분쟁의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의료분쟁의 효율적 해결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구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 특히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인의 주의의무위반 여부의 입증과 인과관계의 입증이 어려워 피해 당사자는 물론 법원이나 ADR 기구에서도 의료분쟁의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날로 증가하는 의료분쟁의 신속·공정한 해결과 의료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소비자의 입증경감 방안과 의료분쟁 ADR의 활성화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의료사고 피해자의 입증부담 경감을 위해 의료과오 입증책임의 법리와 입증경감을 위한 제 이론의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무기평등의 원칙이 실현되어야 하는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 의료과오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피해자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구조적으로 입증능력을 구비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의료인에게 시비를 걸지 말라는 것과 같다. 분쟁 당사자에게 불평등한 무기를 주고 싸우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와 의료인간에 평등한 무기를 갖고 싸울 수 있도록 의료사고 피해자의 입증경감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의료분쟁 해결의 한계를 극복하는 제도적 고안으로서 의료분쟁ADR 제도의 발전과 활성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민사조정법에 의한 조정과 소비자보호법에 의한 조정이 그나마 의료분쟁 해결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그 역할이 주목된다. 그러나 의료분쟁ADR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많다. 예컨대, 의료인 입장에서 보면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재원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점과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과오 여부 판단에 대한 감정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최근 진료과목별로 개원의 협의회가 앞장서서 보험사와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 협약을 추진하고 있어 의료분쟁과 관련한 의료인의 경제적 부담 문제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만일 의료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의료배상책임보험제도가 정착되지 못한다면 결국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사고는 계속 발생되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의료사고 자체로 인한 고통과 더불어 의료과오를 입증하지 못해 구제 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경험하고 있다.



결국,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료과실과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일반원칙이 보완되지 않는 한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구제는 쉽지 않다. 그나마 판례에서 전개되고 있는 입증경감 이론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의료과오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겪는 소비자의 불안감과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의료사고에 내재된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에 자신이 없는 소비자나 경제 형편상 소송비용 마련이 곤란한 소비자의 경우에는 항상 의료과오소송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의료사고에 있어 소송외적 해결 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의료과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인의 과오를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는 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쉬워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아울러 의료과오와 무관하게 발생된 의료사고 피해자도 많다. 이러한 피해자를 위한 보호 입법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 글/신용묵(ymshin@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2국 팀장